스스키노를 향해 걸어간다.
낮에 보는 스스키노의 거리는 밤과는 사뭇 다른느낌으로 다가온다.
어김없이 까마귀들이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의 돼둘기처럼.
마냥 까마귀는 무섭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뭔가 까맣다는거만 빼면.
여기 사람 안무서워 하는 비둘기도 있고.
드디어 점심을 먹으러 원조라멘거리로 왔다. 정식명은 삿포로 라멘요코초 (ラーメン横丁).
일본 3대 라면 답게 삿포로에만 1000개가 넘는 라멘가게가 있다고 한다. 이들이 모여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곳이 라멘요코초와 라멘공화국이다.
라멘공화국 (ラーメン共和国)은 JR삿포로역 ESTA 10층에 위치하고 있고 매년 홋카이도의 유명한 라멘가게의 분점을 모아 영업을 한다고 한다.
라멘요코초는 닛카아저씨 간판이 있는 스스키노빌딩 뒷 블럭에 있다.
사실 라멘요코초에는 첫번째 보이던 시라카바산소 (白樺山荘)라는 가게가 인기가 좋다. 스스키노거리에는 케야키 (けやき)와 함께 1,2등을 겨룬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에는 모두 문을 닫았다.
아쉽게도 점심때인것도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문을 연 집에 별로 없었다.
그래서 늘 나의 감 대로 사람 많은집은 못해도 중박이다. 라는 생각에 가장 사람이 많던 집으로 들어갔다.
커플이 몇몇 있었고 회사유니폼 차림의 젊은이들도 몇몇 있었다.
텐호오 (天鳳) 라는 가게로 무작정 들어가 손가락 두개를 펴며
"두명요~"
ㅎㅎㅎㅎㅎ 난 일본가서 꽤나 한국말로 주문이든 의사표현이든 잘 하는 편이다.
모르면 지네가 알아서 이해하겠지뭐 하는 마음으로.
묵은 때가 비치는 소스통.
후추, 젓가락 통..
그냥 깡통을 그대로 놔둔게 인상적이다.
우리는 일단. 매운미소라멘과, 그냥 미소라멘을 시켰다.
사장님이 열심히 라멘을 만들어주셨다.
사실 이 집에 와서 좀 깼던게 하나 있다.
시청역근처에서 프로젝트를 할때 점심으로 종종 남대문 칼국수거리에 가서 칼국수를 먹은 적이 많았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했고, 위생도 엉망이고, 찐덕거리는 테이블 의자 등등 생각보다 꽤나 지저분한데 과연 이런곳에 일본 관광객들이 와서 먹을수 있나? 하면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집에와서 보니.. 육수 끓여내는 벽은 온통 누런 기름때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대충 테이블을 걸레로 훔쳐내질 않나 녹슬고 가루가 떡이되어 붙어있는 양념통과 밀가루가 잔뜩 뭍고 낡아 헤어진 사장님의 검은티셔츠를 보고는
"하.. 일본도 이런면이?"
라는 생각이 들며 실소가 나왔다.
사실 역앞에서 먹었던 라멘보다는 훨씬 맛이 좋았다.
손바닥 만한 차슈도 일품이고 진한 된장국물맛과 파, 숙주의 맛이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던 맛이다.
꽤나 많은 집이 문을 닫은 상황 ㅠㅠ
라멘을 먹고났더니 느끼함이 몰려왔다.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도넛으로 당을 보충했다.
예전에 선릉에 처음 미스터 도넛이 들어와서 폰데링을 꽤나 먹었던 기억이 난다.
쫀득 쫀득하니 던킨보다 낫다고 생각했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보이는듯.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쇼핑을 조금 해 볼까 싶어서 삿포로팩토리에 가보기로 했다.
검색을 하다보니 스노우피크 제품을 삿포로팩토리에서 구매했다는 글을 얼핏 본거 같아서다.
아주 멀지는 않았기에 배도 꺼트릴겸 걸어가기로 한다.
소세이가와 공원을 따라 걸어간다.
오른편엔 니조이치바 (二条市場) 시장이 있었는데 온갖 해산물이 가득했다.
우리가 다음날 먹으려던 냉동 털게도 볼수 있었는데 대략 작은놈 한마리에 7000엔 가량했다. ㅎㄷㄷㄷ
드디어 저 멀리 삿포로팩토리 간판이 보인다.
오호 이제 다 왔네~
원래 우리는 삿포로맥주원 삿포로맥주박물관에 가서 시음도하고 그러고 싶었었는데 하필 이날이 월요일이라 휴관일이었다.
그래도 삿포로팩토리는 휴무일이 보이지 않길래 일단 가봤다.
어차피 복합쇼핑몰도 함께 있고하니까.
여기가 삿포로팩토리의 메인 스폿인 렌가칸(レンガ館, 벽돌관) 이다. 원래는 온통 담쟁이 들이 뒤덮여서 초록이어야 하는데 겨울이라 휑하게 드러난 붉은 벽돌.
뒤쪽편 엔토츠광장으로 들어가봤다.
한산하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문도 닫혀있었다.
여기가 삿포로개척사맥주양조소다.
안에 아무도 없는것 같아서 들어가보진 않았다. 그냥 보기에도 별로 볼건 없어보였기도 했고.
삿포로 팩토리 내의 아트리움으로 들어왔다.
삿포로 팩토리는 7개의 관으로 구성된 복합센터라고 보면된다.
유리지붕의 온실로 이벤트무대와, 캐주얼 음식점, 정원이 있는 아트리움과 영화관 및 생활관련 제품매장이 있는 1조칸 아웃도어 잡화 매장이 있는 2조칸, 오피스와 서비스센터들이 있는 3조칸, 식품매장인 프론티어칸, 숙박업소가 있는 니시칸 이렇게 삿포로 팩토리는 생각보다 큰 복합센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따라 내려가본다.
저 2층에 아웃도어 매장이 많이 있어서 가봤는데
스노우피크는 없어졌다고 한다. ㅠㅠ
그냥 아이쇼핑만 쭉 해본다.
시간이 생각보다 일러서 뭘할까 고민하다 일본에 왔으니 홋카이도신궁에 한번 가보자 했다.
그래도 일본하면 신사나, 신궁이 가장 일본스러운 느낌이니까.
가장 가까운 역에서 토자이선을 타고 마루야마공원역으로 간다.
일본도 대학교광고를 한다.
학생이 참 이쁘네...
마루야마공원역에서 한 10여분 걸으면 홋카이도신궁이 나온다.
눈이 많이 와서 언덕이 생겼는데 아이들과 함께 눈썰매를 타는 가족도 보인다.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동물원. 오른쪽으로 가면 신궁이다.
일단 우리는 신궁부터 갔다가 시간이 되면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신궁으로 들어가는 토리
신궁에 대한 안내지도와 금지사항을 게시하고 있다.
일본어를 잘 모르니; 그냥 조용히 갔다가 구경만 하고 오는걸로 한다.
개척신사
눈이 정말 많이 와 있다.
추운 겨울이고 평일 낮인데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평일이라 그런지 점포들은 다 문을 닫았다.
손씻는데인데 물도 얼고
본당들어가는 입구도 닫혔다.
ㅠㅠ
일본 왕실을 의미하는 국화 문양 십육엽 야에기쿠( 八重菊 )
가마쿠라시대 부터 사용되어왔고, 에도시대에는 일반인들도 국화문양을 사용할 수 있어서 널리사용했지만 메이지시대에 와서는 왕실의 권위를 위하여 규제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상업적으로는 국화문양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냥 근처만 구경하다보니 다시 눈이 내리려 한다.
까마귀들이 나무위로 순식간에 모였다.
문틈사이로 본 본당
문좀 열어주지 ㅠㅠ
우리는 마루야마 동물원이라도 가보려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눈이 갑자기 오기 시작했고 길도 상당히 불편했다.
발이 푹푹빠지고 여길 걸어가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질 못했다.
그러다가 안 사실..
"월요일 쉽니데이~"
ㅠㅠ
월요일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시 역으로 돌아간다.
맛있는 게나 먹으러 가야지..